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Убийца незнакомец Чон

심연의 소유욕

짙은 선팅이 된 세단이 서울의 경계를 벗어나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별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그곳은 정국이 세간의 눈을 피해 자신의 은밀한 취미를 즐기는 요새와도 같은 곳이었다. 차가 멈춰 섰고, 정국은 뒷좌석에서 실신하듯 늘어져 있는 T/I를 거칠게 끌어내렸다.

“아… 아파요… 제발…”

T/I의 가느다란 손목이 정국의 억센 손귀에 잡혀 붉게 멍들고 있었다. 그녀는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올 때 가졌던 모든 희망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남자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였다. 정국은 그녀의 애원을 가볍게 무시한 채 별장 안으로 그녀를 끌고 들어갔다.

별장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호화로웠지만, 동시에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 깔려 있었다. 정국은 거실 한복판에 T/I를 내동댕이쳤다.

“여기서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이 주변 5km 이내에는 개미 한 마리 살지 않으니까.”

정국은 코트를 벗어 던지며 와인 바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와인을 따랐고, 유리잔 속에서 핏빛 액체가 출렁였다. T/I는 바닥에 엎드린 채 떨리는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탈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창문은 모두 방범창으로 막혀 있었고, 현관문은 지문 인식 장치로 잠겨 있었다.

“왜 저예요? 왜… 하필 저한테 이러시는 거예요?”

T/I가 울먹이며 물었다. 정국은 와인 잔을 든 채 그녀에게 다가와 무릎을 굽히고 시선을 맞췄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감정이 배제된 채, 오직 관찰자의 호기심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말했잖아. 넌 좀 특별하다고. 다른 애들은 겁에 질리면 금방 질려버리는데, 넌 그 눈 속에 아직도 독기가 서려 있어. 그게 나를 자극해.”

그는 손을 뻗어 T/I의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그 손길은 마치 연인을 대하는 듯 다정했지만, T/I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 예쁜 눈이 언제쯤 절망으로 완전히 무너질지, 난 그게 너무 궁금하거든.”

그때 정국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김태형’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정국은 귀찮다는 듯 전화를 받았다.

“왜.”

“정국아, 상황이 안 좋아. 경찰이 네 차 번호를 특정했어. 지금 석진 형이랑 지민이가 뒷수습 중이긴 한데, 당분간은 거기서 꼼짝 말고 있어.”

태형의 목소리는 스피커 너머로 T/I의 귀에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정국은 피식 웃으며 T/I의 턱을 살짝 만졌다.

“알았어. 어차피 당분간은 이 장난감이랑 노느라 바쁠 것 같으니까.”

전화를 끊은 정국은 T/I를 일으켜 세워 2층의 밀실로 데려갔다. 그곳은 침대와 기본적인 가구만 놓인, 완벽하게 격리된 방이었다. 정국은 그녀를 침대에 던져두고 문을 잠그려다 멈칫했다.

“배고프겠네. 가만히 있어. 허튼짓하면 그땐 정말 네 다리를 분러뜨려야 할지도 모르니까.”

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T/I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방 안을 미친 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방 안에는 날카로운 물건 하나 없었다. 절망감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제니, 지수, 로제… 얘들아, 도와줘…’

친구들의 이름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T/I는 차가운 방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자신의 창백한 피부를 내려다보았다. 정국이 말했던 그 ‘피의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떠올라 몸서리가 쳐졌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문이 다시 열리고 정국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쟁반 위에는 고급스러운 스테이크와 샐러드가 놓여 있었다. 죽음을 앞둔 죄수에게 주는 최후의 만찬 같은 느낌에 T/I는 구역질이 났다.

“먹어. 기운이 있어야 나랑 오래 놀지.”

정국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그녀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려 했다. T/I는 이를 악물고 포크를 들었다. 살아야 했다. 먹어야 기운을 차리고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고기를 입에 넣자, 정국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착하네. 말 잘 들으면 아프지 않게 해줄 수도 있어.”

“당신… 정말 미쳤어요. 사람을 죽이는 게 그렇게 즐겁나요?”

T/I의 물음에 정국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T/I에게 다가갔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고, 정국의 강한 체취가 그녀를 압도했다.

“죽이는 게 즐거운 게 아냐. 파괴하는 게 즐거운 거지. 원래 아름다운 건 망가뜨렸을 때 가장 빛나는 법이거든.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그는 T/I의 목덜미를 강하게 움켜쥐고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T/I는 숨이 막혀 컥컥거렸지만, 정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내일은 내 친구들이 올 거야. 지민이랑 태형이. 걔들도 널 보면 아주 좋아하겠지. 특히 지민이는 너처럼 하얀 애들을 다루는 데 아주 일가견이 있거든.”

T/I의 눈동자가 공포로 크게 흔들렸다. 정국 혼자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데, 그의 광기 어린 친구들까지 합세한다면 그녀의 운명은 불 보듯 뻔했다.

정국은 그녀를 침대에 거칠게 밀쳐두고 방을 나갔다.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T/I는 울음을 삼키며 창밖을 보았다. 달빛조차 들지 않는 숲은 거대한 무덤처럼 보였다.

그날 밤, T/I는 잠들 수 없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정국의 발소리, 와인 잔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그가 흥얼거리는 기괴한 콧노래가 그녀의 신경을 갉아먹었다.

다음 날 아침, 별장 앞에 여러 대의 고급 차들이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다. T/I는 본능적으로 몸을 숨겼다. 곧이어 거실에서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와, 정국아. 진짜로 데려왔네? 뉴스 보니까 난리도 아니던데.”

나른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지민이었다. T/I는 방문 너머로 들리는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생각보다 훨씬 예쁘던데? 정국이 네 취향 확실하네.”

이번엔 김태형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마치 새로 산 물건을 품평하듯 T/I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T/I는 방구석에 놓인 작은 스탠드를 손에 쥐었다. 그것이 그녀가 가진 유일한 무기였다.

발소리가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한 명이 아니었다. 여러 명의 포식자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

정국을 필두로 지민과 태형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지민은 T/I를 보자마자 휘파람을 불며 다가왔다.

“우와, 진짜 인형 같네. 피부가 어떻게 이렇게 투명해?”

지민이 손을 뻗어 T/I의 뺨을 만지려 하자, T/I는 들고 있던 스탠드를 휘둘렀다.

“오지 마! 가까이 오면 죽여버릴 거야!”

지민은 가볍게 몸을 피해 스탠드를 뺏어 바닥에 던져버렸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전구가 깨졌다.

“오, 성깔 있네? 정국아, 얘 진짜 재밌다.”

지민이 웃으며 T/I의 손목을 낚아챘다. T/I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그의 손을 깨물었다.

“아악!”

지민이 비명을 지르며 손을 놓았다. 그의 손등에서는 붉은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지민의 표정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그는 손을 들어 T/I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찰싹!’

고개가 돌아간 T/I의 입가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정국은 그 광경을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태형은 흥미롭다는 듯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이게 죽으려고 환장했나…”

지민이 다시 손을 치켜든 순간, 정국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만해, 지민아. 내 장난감이야. 망가뜨려도 내가 망가뜨려.”

정국의 목소리에는 묘한 소유욕과 경고가 담겨 있었다. 지민은 씩씩거리며 물러났다. 정국은 바닥에 쓰러진 T/I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봤지? 내 허락 없이는 네가 죽는 것도 마음대로 못 해. 넌 이제부터 내 소유야.”

T/I는 흐릿해지는 정신 속에서도 정국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차가운 갈색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처참했지만,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차가운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래, 차라리 날 죽여. 하지만 곱게 죽어주지는 않을 거야.’

정국은 T/I의 눈에서 사라지지 않은 그 독기를 발견하고는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녀를 안아 올려 침대에 눕히고는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나가 있어. 이제 교육을 좀 시켜야겠어.”

지민과 태형이 낄낄거리며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오직 정국과 T/I만이 남았다. 정국은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왔다고 했지? 그곳의 추위보다 더 시린 게 뭔지 오늘 가르쳐줄게.”

T/I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조용히 바닥에 떨어진 깨진 전구 조각을 향해 뻗어 나가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혹은 함께 죽기 위해서.

포식자의 방심은 먹잇감에게 유일한 기회였다. 정국이 그녀의 위로 몸을 겹치는 순간, T/I는 온 힘을 다해 전구 조각을 쥔 손을 휘둘렀다.

서늘한 금속의 감촉 대신,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정국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붉은 선이 그의 목에 새겨졌고, 선혈이 T/I의 하얀 얼굴 위로 튀었다.

정국은 멈칫했다. 그는 자신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손가락으로 닦아내어 핥았다. 그의 눈빛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광기로 번뜩였다.

“하… 하하하! 그래, 이거야! 바로 이거라고!”

그는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T/I의 두 손목을 침대 헤드 위로 제압했다.

“나를 다치게 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T/I. 이제 진짜 지옥이 뭔지 보여줄게.”

별장 밖에서는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천둥소리가 T/I의 비명을 집어삼켰고, 어둠은 더욱 깊게 내려앉았다. 그녀의 처절한 생존 투쟁은 이제 막 피비린내 나는 서막을 올리고 있었다. 과연 그녀는 이 지옥 같은 밤을 버텨내고 다시 태양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정국의 뒤틀린 애착은 그녀를 파괴할 것인가, 아니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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